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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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46기 신입사원의 사직서]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
일과후에 자기 계발하면 될텐데,

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
이런 질문조차 이 회사에서는 왜 의미가 없어지는지..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도대체,
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
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평가하는
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뒤쳐질까 나태해질까 두려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술은 무슨 술인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더라도,
도대체 이렇게 해도
5년 뒤에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에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에,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유지가 되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회사를 통해서 겨우 이해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니부어의 집단 윤리 수준은
개인 윤리의 합보다 낮다는 명제도 이해하게 되었고,

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이 얼마나 위대한 이론인지도 깨닫게 되었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코웃음 치던
조직의 목표와 조직원의 목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대리인 이론을
정말 뼈저리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속 개구리의 비유입니다.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됩니다.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변화를 일삼으면서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안을 삼는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를 이루고,
문화가 사람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모두가 알고 있으니
변혁의 움직임이 있으려니,
어디에선가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으려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문화 웨이브라는 문화 혁신 운동을 펼친다면서,
청바지 운동화 금지인 '노타이 데이'를 '캐쥬얼 데이'로 포장하고,
인사팀 자신이 정한 인사 규정상의 업무 시간이 뻔히 있을진데,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원과의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그런,

신문화 데이같은 활동에 저는 좌절합니다.
변혁의 가장 위험한 적은 변화입니다.
100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30의 변화만 하고 넘어가면서
마치 100을 다하는 척 하는 것은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미래의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더욱 좌절하게 된 것은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인사팀이 큰일을 저질렀구나
이거 사람들에게서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나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에,
다들 이번 주에 어디가야할까 고민하고,

아무런 반발도 고민도 없이 그저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개념없이 천둥벌거숭이로
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
1년만에 월급쟁이가 되어갑니다.

상사인이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
회사원이 되어갑니다.

저는 음식점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는
종업원들의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
종업원들의 열정이 결국
퍼포먼스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당 서현역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얼음판에 꾹꾹 눌러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주문할때부터 죽을 상입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힘들다는건 알겠습니다. 그냥 봐도 힘들어 보입니다.

내가 돈내고 사는것인데도
오히려 손님에게 이런건 왜 시켰냐는 눈치입니다.
정말 오래걸려서 아이스크림을 받아도,
미안한 기분도 없고 먹고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일본에 여행갔을때에 베스킨라빈스는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 체인에서
똑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습니다.
꾹꾹 누르다가 힘들 타이밍이 되면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모든 종업원이 따라서,
아이스크림을 미는 손도구로 얼음판을 치면서
율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린 손님들은 앞에 나와서 신이나 따라하기도 합니다.
왠지 즐겁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습니다.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아이템입니다.
같은 조직이고, 같은 상황이고, 같은 시장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하루하루 적응하고 변해가고,
그냥 그렇게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제가 두렵습니다.
회사가 아직 변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준비를 기다리기에 시장은 너무나 냉정하지 않습니까.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일에 반복되어져서는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말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조직이 가진 모든 문제들을 고쳐보고자 최선의 최선을 다 한 이후에
정말 어쩔 수 없을때에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까.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러한 생각을 들으시면
회사내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일을 해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조직을 가던 매월 셋째주 금요일에
제가 명확하게,
저를 위해서나 회사에 대해서나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웃으면서 동참할 생각도 없고
그때그때 핑계대며 빠져나갈 요령도 없습니다.

남아서 네가 한 번 바꾸어 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사에 남아서
하루라도 더 저 자신을 지켜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명보다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입니다.
제가 이런다고 달라질것 하나 있겠냐만은
제발 저를 붙잡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들을 모으셔서
제발
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사랑해서 들어온 회사입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
저의 동기들이 저에게
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2007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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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떠돌며 감동적이다라는 리플이 많이 달려 있는 글입니다.
넵.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회식등 문제 있는 부분도, 예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잘못된 행위는 개선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조차 포기하고 나가버린 행동이 과연 옳다고만 할 수 있는지, 그래서 이에대한
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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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는 회사를 입사하면서, 하루 15시간을 일하던 벤처에서만 전전하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인지,
수동적인 조직문화에 반발하며, 인트라넷에 위와 같은 논조의 글을 여러번에 걸쳐 등록한 적이 있다.

물론, 아주 소수에게는 박수받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후회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나와 함께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고, 부하직원들은 회사업무를 하면서 유난히 내 눈치를 살폈다.
한마디로 왕따나 다름없는 기조...

제 3자이기에 대부분의 댓글은 감동적이다는 둥의 긍정 일변도의 댓글을 달지만, 정작 삼성물산 직원입장에서는
그다지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만약 지금 다니는 회사직원이 이런식의 글을 휘갈기고 나가버렸다면, 댓글을 달았던 분들도 왕따 입장에 함께 섰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철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그 당시의 나에 대한 기억을 지울수만 있다면 지우고 싶을 지경이다.  생각은 옳았어도 방법이 잘못되었다.

한 신입사원이 일천한 경력으로 조직원 전체를 한심스러운 집단으로 매도해버리는 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이다.
대부분의 신입직원이 똑같은 열정을 품고 입사한다. 그러나, 현재의 보여지는 모습은 시키는 일이나 마지못해 하고 증권투자나 포털뉴스나 기웃거리는 한심한 존재들로 비춰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봤다.
그러나, 5~6년이 지난지금, 과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 열심히들 하며, 프로페셔널하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물론, 일부직원들중 여전히 월급도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인물들도 있지만, 오히려, 신입직원들을 보면 참 한심스럽다 싶을 만큼,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보인다. 군대와 같다. 신입직원은 이등병. 목소리(열정)만 컸지 할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면, 5~6년 10년된 직원은 일처리에 빈틈이 없고, 사소한 실수가 없는 반면, 신입직원은 움직이는 핵폭탄 처럼 보여, 어떠한 일거리도 주는 것에 망설여 진다.

개인이 조직전체가 수십년간 구축해온 문화를 일거에 뜯어 고칠수는 없다.
군대를 비롯 2~30년 살아오면서,  경험해보지 않았나. 아무리 강력한 정책을 펴고, 협박을 해와도 잘 않고쳐지는 것은 않고쳐진다는 것.
잔존하는 인원들이 모두 무능력하고 복지부동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조직에서 개인의 그러한 돌출행동을 자제하며, 회사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으며, 변화를 위해 조직에 무리가 없는 범위내에서 끊임없이 제안을 정식절차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는 것.

감정을 담아 인트라넷에 기재하는 시간에, 정식으로 품의서를 작성하여 결제를 받고, 결제를 받지 못하면, 타당성등을 조사하여 서류를 보완하여 결제를 받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대부분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고, 이러한 정식절차를 통하는데, 궂이 인트라넷을 통해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행동은 조직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술자리 뒷담화를 조직에서 만들어둔 정상적인 청원절차를 무시하고 배설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직이 거대해질수록, 의사소통구조는 복잡해지고, 개인의 모든 견해를 포괄할 수는 없다. 전체 조직이 개인에 의해 변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직은 개인의 판단 실패로 조직전체에게 영향이 미칠수 있는 만큼, 치밀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개인의 견해가 즉각 반영될 수 있고, 실패의 책임도 혼자 두집어 쓸수 있는  자영업이나 하는 것이 적성에 맞을 듯하다.

이러한 글을 인트라넷에 올리고 나간다해도, 찻잔속 태풍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고, 더디지만, 인내하며 경영자들을 신뢰하며 회사를 위해 고민하던 다수에게 비수만 던져두고 나가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만약, 이 직원이 몇년만 참고 다녔다면, 이런식의 글을 쓴 것을 분명 후회했을것이다.

한마디로, 젊은날의 객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인은 멋있는 행동이라 생각했을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무책임하고 경솔하다.

Posted by yol oktour 트랙백 0 : 댓글 0